출처 : My cd
헐렁한 노래..중에서..
한보리 - 그 여자 늑골 아래...
그 여자 늑골 아래
흉가 한 채 있다네.
난 알지, 거기엔
붉은 지네 살고 있어.
놈은 그럭저럭 자리잡아
별 해꼬지를 않았고
그녀 역시 손 닿지 않는지라
그들은 하여간
그럭저럭 잘 지내네.
난 알지, 거기엔
붉은 지네 살고 있어.
하지만
나 잘 있어요, 하고
전보라도 보내듯
이따금 놈은
느닷없이 물어뜯네.
느닷없이 그녀가 몸서리치며
가슴 뜨끔해하는 걸 보았는지?
난 알지, 거기엔
붉은 지네 살고 있어.
다행히도 놈은 잠꾸러기.
하지만 바람소리만 나면
빨간 눈을 반짝 뜨고
술렁술렁 고개를 쳐든다네.
오, 제발.
바람이 불면 그 여자의 손은
더듬더듬
담배상자를 찾네.
난 알지, 거기엔
붉은 지네 살고 있어.
-시집 <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> 중에서